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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가 금을 사는 이유 (화폐 가치, 실질 금리, 포트폴리오)

by 난 감성 가득 딴따라다. 2026. 4. 12.

고수가 금을 사는 이유

 

저는 금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자도 없고 배당도 없는 쇳덩어리를 왜 사야 하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주식 시장이 크게 흔들리던 시기를 직접 겪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계좌가 빠르게 줄어드는 걸 보면서, 내 돈을 지켜주는 자산이 따로 필요하다는 걸 그때 처음 몸으로 느꼈습니다.

화폐가치 : 금값이 오른 게 아니라 내 돈이 녹은 것

1971년, 미국이 달러와 금의 교환을 완전히 끊은 닉슨 쇼크 이후로 금값은 온스당 35달러에서 출발해 지금은 4,750달러를 넘었습니다. 50년 남짓한 시간 동안 135배가 뛴 겁니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약 10%인데, 이게 미국 주식 시장의 장기 평균 수익률과 거의 맞먹는 수준입니다. 여기서 저도 한동안 오해했던 지점이 있습니다. 금 자체가 뭔가를 생산해서 이 수익이 나온 게 아니라는 겁니다. 금은 공장을 돌리지도, 직원을 고용하지도, 이자를 주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올랐다면, 정확한 해석은 하나입니다. 금값이 오른 게 아니라 화폐 가치가 그만큼 녹아내린 것입니다.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1971년 35달러짜리 금 한 온스를 공식 소비자물가지수(CPI), 즉 정부가 발표하는 장바구니 물가 기준으로만 환산하면 2026년 기준 300달러 안팎이 되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실제 금값은 4,750달러입니다. 공식 물가보다 15배 이상 더 폭등한 겁니다. 이 괴리가 생긴 이유는 광의통화량(M2)에 있습니다. M2란 시중에 실제로 돌아다니는 돈의 총량을 의미하는 지표입니다. 1971년 미국의 M2는 약 7천억 달러였는데, 2026년 현재는 21조 달러를 훌쩍 넘습니다. 50년 만에 돈의 양이 30배 넘게 불어났고, 같은 기간 미국 국가 부채는 4천억 달러에서 36조 달러로 90배 폭발했습니다. 장바구니 물가는 조금 올랐지만, 실제로 풀린 돈의 총량은 통제 불능으로 팽창했고, 금은 바로 그 팽창을 정확히 추적해 온 겁니다.

주식은 기업이 잘 벌겠다는 약속을 믿는 투자입니다. 기업이 망하면 주식은 휴지 조각이 됩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가 단 며칠 만에 사라지면서 158년 역사의 회사 주식을 들고 있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잃은 게 실제 사례입니다. 미국 국채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채란 국가가 이자를 주겠다는 약속인데,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영원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기축통화란 국제 무역과 금융 거래에서 기준이 되는 통화를 말합니다. 지금 중국, 러시아, 중동 신흥국들이 탈달러화, 즉 달러 비중을 줄이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전제가 영원히 유효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금은 다릅니다. 발행자가 없고, 가치를 보증하는 국가도 없고, 약속을 이행해야 할 기업도 없습니다.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지는, 사실상 세상에서 유일한 무국적 실물 자산입니다. 제가 직접 주식과 금을 같이 보유하면서 실감한 부분도 바로 이것입니다. 주식이 크게 빠지는 날, 금은 버티거나 오히려 오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게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데이터로도 확인됩니다. 블랙록의 분석에 따르면, S&P500 지수가 월간 5% 이상 하락한 달에 금은 평균 2%의 수익을 냈습니다(출처: World Gold Council). 주식이 피를 흘리는 날 금이 오히려 돈을 벌어온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외환 보유고에서 금의 비중은 2023년 말 15%에서 2024년 말 20%로 뛰었고, 전 세계 중앙은행의 공식 금 보유량은 약 36,200톤에 달합니다.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약속 없이 존재하는 자산으로 갈아타는 흐름이 실제로 진행 중인 겁니다.

금의 천적, 실질금리를 알아야 손실을 피한다

그렇다고 금이 무적은 아닙니다. 이 부분을 모르면 진짜 위험합니다. 금에는 명확한 천적이 있는데, 바로 실질금리입니다. 실질금리란 명목 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수치로, 내 돈을 은행에 넣었을 때 실제로 구매력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예금 금리가 5%이고 물가 상승률이 3%라면 실질금리는 2%입니다. 실질금리가 높아지면 금은 상대적으로 매력을 잃습니다. 이자를 주지 않는 금보다 예금이나 채권이 실질적으로 더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2013년이 정확히 그런 해였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테이퍼 탠트럼, 즉 유동성 축소 신호를 보내자 시장은 금리 상승을 예상했고, 실질금리가 급등했습니다. 결과는 한 해 만에 금값 28% 대학살이었습니다. 2011년 온스당 1,900달러까지 갔던 금이 2013년에는 1,200달러 아래까지 떨어졌습니다. 무려 37% 하락입니다. 반대로 2024~2025년은 금리가 높은데도 금값이 폭등하는 비정상적인 국면이었습니다. 이란과 미국의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실질금리라는 기본 원칙을 눌러버린 겁니다. 하지만 그 공포가 잠시 걷히는 틈을 타 금값이 급락하는 장면도 저는 직접 목격했습니다. 영원히 중력을 거스르는 자산은 없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금값을 결정하는 변수는 실질금리 하나가 아닙니다. 핵심 변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 실질금리: 금리 상승 시 금 가격 하락 압력, 나. 달러 가치: 달러 약세 시 금 가격 상승, 다. 지정학적 리스크: 전쟁·분쟁 확대 시 금 수요 급증, 라. 중앙은행 매수세: 각국 중앙은행의 금 비축 확대 여부 입니다. 이 네 가지가 동시에 작용하는 판인데, 이걸 동시에 예측하는 건 세계 최고의 헤지펀드 매니저들도 못 하는 일입니다.

금 투자 포트폴리오, 타이밍보다 비중이 먼저다

금값이 떨어지면 사겠다는 생각, 저도 한동안 그랬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금값이 급락하는 순간 뉴스 헤드라인은 "안전자산 신화 깨졌나"로 가득 찼고, 그때 선뜻 매수 버튼을 누르기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결국 싸니까 사겠다던 사람이 정작 싸지는 순간 더 떨어질 것 같아 주저하고, 다시 오르면 너무 올랐다며 또 못 사는 패턴을 반복하게 됩니다. 제가 겪어본 바로는, 타이밍을 재는 건 결국 빈손으로 끝나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세계금위원회(WGC) 연구에 따르면 포트폴리오의 4~15%를 금으로 편입했을 때 위험 조정 수익률이 개선되는 효과가 확인됐습니다(출처: World Gold Council). 위험 조정 수익률이란 같은 수익률이라도 얼마나 적은 위험을 감수했는지를 함께 평가하는 지표입니다. 저는 현재 전체 자산의 약 10%를 금으로 나눠 보유하고 있는데, 확실히 시장이 흔들려도 심리적으로 훨씬 여유가 생겼습니다. 투자 방법에서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실물 금은 구매 즉시 부가가치세 10%가 붙고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15%에서 시작하는 구조입니다. 장기 투자자라면 KRX 금시장이나 금 현물 ETF가 현실적입니다. 특히 금선물 ETF는 롤오버 비용을 주의해야 합니다. 롤오버란 만기가 된 선물 계약을 다음 달 계약으로 갱신하는 과정인데, 이때마다 비용이 발생해 장기 보유 시 수익률이 크게 훼손됩니다. 실제로 2021~2025년 사이 현물형 ETF와 선물형 ETF의 누적 수익률 차이가 40%포인트에 달했다는 데이터가 있을 정도입니다. 금은 부자가 되기 위해 사는 게 아닙니다. 이미 쌓아온 자산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키기 위해 사는 겁니다. 타이밍을 재는 트레이딩 자산이 아니라, 비중을 정해두고 기계적으로 꾸준히 모아가는 보험에 가깝습니다. 수익보다 중요한 건 결국 살아남는 것이고, 그 사실을 저는 직접 계좌가 흔들리던 경험을 통해서 배웠습니다. 지금 당장 완벽한 타이밍을 찾기보다 포트폴리오에서 금의 자리부터 먼저 만들어두는 게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의견 입니다.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실제 투자 결정은 신중하게 하시길 권장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FKYSyl1igC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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