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57조 원을 찍었습니다. 그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와, 삼성 완전히 살아났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파고들어 보니 이야기가 전혀 달랐습니다. 돈은 메모리에서 쏟아지는데, 정작 반도체 산업의 진짜 권력이 걸린 파운드리 점유율은 7%대에서 허우적대고 있었거든요. 화려한 숫자 뒤에 숨겨진 구조적 위기, 그리고 삼성이 꺼내 든 반격 카드들이 생각보다 훨씬 묵직했습니다.
GAA 수율의 지옥, 그리고 오답 노트
저도 예전에 비슷한 실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남들 다 하는 방법 말고, 아직 아무도 제대로 검증 못 한 방식으로 1등을 꺾어보겠다고 무작정 뛰어들었던 때가 있었거든요. 처음엔 "이게 성공하면 내가 최고"라는 확신뿐이었는데, 결과물은 계속 망가졌습니다. 삼성 파운드리가 3나노 공정에서 GAA 기술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을 때 겪었을 고통이 그래서 제게는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GAA(Gate-All-Around)란 트랜지스터의 사면을 모두 감싸 전류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입니다. 기존 핀펫(FinFET) 방식이 트랜지스터의 세 면만 제어했다면, GAA는 네 면을 모두 잡아 전력 효율과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립니다. 문제는 이 구조가 말 그대로 손톱만 한 칩 하나에 수백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오차 없이 찍어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삼성은 이 과정에서 수율(웨이퍼에서 정상 작동하는 칩이 나오는 비율)이 20%대까지 추락하는 참사를 겪었습니다. 100개 만들면 80개가 불량인 셈입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런 상황에서 가장 무서운 건 실패 자체가 아니라 "왜 실패했는지 모른다"는 막막함입니다. 삼성 엔지니어들이 딱 그 처지였을 겁니다. 그런데 삼성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4년 동안 GAA 공정에서 쌓인 불량 패턴, 누설 전류 데이터, 발열 분산 노하우를 차곡차곡 기록해 '오답 노트'를 만들었습니다. 그 4년이 지금 삼성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저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먼저 맞은 매가 약이 된다는 말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현실에 적용되는 걸 보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뒷문을 뚫다, BSPDN 기술의 의미
반도체 칩 안에는 데이터를 주고받는 신호선과 전기를 공급하는 전력선이 함께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50년 동안 이 두 가지 배선이 칩의 한쪽 면, 즉 앞면에 몽땅 몰려 있었습니다. 스포츠카와 덤프트럭이 같은 1차선 도로를 달리는 꼴이죠. 당연히 신호는 늦어지고 전력은 중간에 손실됩니다. 여기서 등장한 개념이 BSPDN(Backside Power Delivery Network), 즉 후면 전력 공급망입니다. BSPDN이란 웨이퍼의 뒷면을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 수준인 500nm 이하까지 갈아낸 뒤, 그 뒷면에 전력 배선만 따로 까는 기술입니다. 앞면은 오직 신호선만 정리되고, 뒷면은 전력 공급에만 집중하는 '도로 분리'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칩 면적이 약 17~20% 줄고, 전압강하(IR Drop, 전류가 배선 저항을 통과하면서 전압이 낮아지는 현상)는 30% 감소하며, 동작 클럭 속도는 6% 이상 올라갑니다. 이 기술을 먼저 들고나온 건 인텔이었습니다. 인텔은 'PowerVia'라는 브랜드로 18A 공정에 선제 도입해 자체 CPU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TSMC는 'Super Power Rail'이라는 기술로 2026년 하반기 A16 공정부터 적용을 예고하며 뒤를 쫓고 있습니다. 삼성은 2027년 본격 적용을 목표로 준비 중입니다. 가장 늦은 진입처럼 보이지만, 삼성에겐 다른 무기가 있습니다. 바로 GAA 4년 오답 노트입니다. GAA가 전류를 정밀하게 잡아주고 BSPDN이 전력 병목을 해소하면, 이 두 기술의 시너지는 칩 면적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극대화합니다. 삼성이 1.4나노에서 진짜 승부를 보겠다고 선언한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삼성파운드리 원스톱 턴키 전략, 신의 한 수인가 도박인가
제가 삼성의 전략 중 가장 흥미롭게 본 것이 바로 턴키(Turnkey) 솔루션입니다. 턴키란 고객이 설계도만 던져주면 파운드리(칩 제조), HBM(고대역폭 메모리) 조달, 패키징(칩과 메모리를 하나로 묶는 공정)까지 한 지붕 아래서 모두 처리해 주는 원스톱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지금 AI 칩 시장은 엔비디아가 설계하면 TSMC가 제조하고, SK하이닉스가 HBM을 공급하고, 또 다른 업체가 조립하는 복잡한 다단계 구조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분업 구조는 각자 최고의 실력자들이 모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호환성 문제나 납기 지연이 터졌을 때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지는 함정이 있습니다. 빅테크 입장에선 수십조 원짜리 프로젝트에서 그 불확실성이 꽤 치명적입니다. 삼성의 턴키는 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합니다. 실제로 삼성의 턴키 솔루션을 활용하면 생산 리드 타임이 약 20% 단축되고, 공정 간 호환성 불량도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TSMC는 메모리 공장이 없어 이 서비스를 구조적으로 제공할 수 없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처럼 자체 AI 칩을 개발하며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려는 빅테크들에게 삼성의 원스톱 제안은 무시하기 어려운 선택지입니다. 단, 저는 여기서 삼성의 치명적인 약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은 파운드리를 하면서 동시에 자체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엑시노스도 직접 만듭니다. 애플이나 퀄컴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설계 기밀이 삼성 내부 다른 사업부로 흘러들어 갈 수 있다는 공포를 완전히 지울 수가 없습니다. TSMC가 40년간 "우리는 절대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 하나로 쌓아온 신뢰는 기술력만으로 단기간에 뒤집을 수 없습니다. 화려한 기술 발표보다 "당신의 설계도는 절대 새지 않는다"는 믿음을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삼성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가장 어려운 숙제는 기술이 아니라 바로 이 '신뢰의 벽'입니다. 삼성이 파운드리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동시에 추진 중인 핵심 전략을 정리하면 다음의 5가지와 같습니다. 1.GAA 공정 수율 안정화 및 1.4나노 선제 대응, 2.BSPDN 적용으로 전력 효율과 칩 면적 최적화, 3.HBM, 파운드리, 패키징을 묶는 원스톱 턴키 서비스 확대,4.CPO(Co-Packaged Optics, 칩 패키지 안에 광통신 모듈을 내장해 구리 전선 대신 빛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 로드맵 구체화, 5.디지털 트윈과 에이전틱 AI를 활용한 공장 자동화 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훌륭해도 공장에서 수율을 못 잡으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제가 경험상 가장 뼈저리게 배운 것 중 하나가, 좋은 방법론보다 그걸 실행하는 현장의 안정성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삼성도 이 지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삼성은 현재 평택 팹과 미국 테일러 팹의 전체 생산 라인을 가상 세계에 1대 1로 복제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디지털 트윈이란 실제 공장을 소프트웨어로 완전히 재현해, 실제 웨이퍼를 투입하기 전에 수만 가지 공정 시나리오를 가상에서 미리 검증하는 기술입니다. 엔비디아 옴니버스 플랫폼 위에서 5만 개 이상의 GPU 클러스터가 이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 도입 이후 시행착오가 절반으로 줄었고, 컴퓨테이셔널 리소그래피(노광 공정 시뮬레이션 기술) 속도는 무려 20배 향상됐습니다. 여기에 에이전틱 AI(Agentic AI,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최적 행동을 실행하는 자율 AI 시스템)가 공장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AI 에이전트가 장비 알람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결함 원인을 스스로 찾아내며, 다음 공정의 최적 레시피를 자동으로 추천합니다. 실제로 HBM4 같은 고난도 제품의 턴어라운드 시간이 50% 단축됐습니다(출처: 삼성전자 IR 자료). 삼성의 목표는 2030년까지 AI 무인 공장 완성입니다. 반도체 업계에서 수율과 공정 경쟁력이 기업 생존을 좌우한다는 건 업계 공통의 인식입니다. 시장조사 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삼성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6.8%였으며, 4분기 신규 물량을 확보하며 간신히 7.1%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한 자릿수 늪을 탈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출처: TrendForce). AI 무인 공장이 이 수율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다면, 그게 삼성이 TSMC와의 격차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경로가 될 것입니다. 정리하면, 삼성은 지금 기술 한 가지로 TSMC를 이기려는 게 아닙니다. GAA 오답 노트, BSPDN 전력 혁신, 원스톱 턴키, 광통신 CPO, AI 무인 공장까지, 반도체 생태계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판을 새로 짜고 있습니다. 저는 이 전략의 방향 자체는 맞다고 봅니다. 다만 신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고객의 문은 완전히 열리지 않을 겁니다. 삼성이 다음 1~2년 안에 이 두 가지, 즉 수율 안정과 신뢰 회복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다면 파운드리 판도는 생각보다 빠르게 바뀔 수 있습니다. 그 변화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체력을 바꿔놓을 것이기 때문에, 저는 계속 눈을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