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처음에 비에이치아이라는 종목을 제대로 몰랐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 같은 대장주 이름은 익숙했지만, 그 아래에서 실제 돈을 버는 소부장 기업들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2025년 12월, 고심 끝에 주당 50,200원에 비에이치아이 20주를 매수했고, 2026년 4월 현재 주당 92,900원이 됐습니다. 수익률 84.69%. 더 많이 담지 못한 아쉬움이 크지만, 그 선택까지의 과정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외국인이 팔면서도 담은 섹터, 원전
지난 3월 한 달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 현물을 41조 원어치 매도했습니다. 웬만한 대형 상장사 시가총액 하나가 통째로 증발하는 규모입니다. 여기에 4월에는 외국인 배당 역송금, 즉 외국인 주주들이 배당금을 본국으로 송금하는 자금 흐름으로 12조 원이 추가로 유출될 전망입니다.
그런데 이 난리 통에 외국인이 조용히 순매수한 섹터가 원전이었습니다. 원전 관련 ETF(상장지수펀드)의 1분기 수익률이 전체 시장 상위권에 올랐다는 사실이 그걸 증명합니다. ETF란 특정 지수나 산업군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해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게 만든 상품입니다.
왜 하필 원전일까요. 제가 직접 공부해 보니 답이 두 개로 좁혀졌습니다. 하나는 AI 데이터센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24시간 안정적 전력 공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졌다는 것, 다른 하나는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수록 석유·가스 의존도를 줄이고 싶다는 각국의 의지입니다. 원전은 연료 운반에 호르무즈 해협을 거칠 필요가 없고, 날씨와 무관하게 대규모 전력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지는 에너지원은 현재로서는 원전밖에 없습니다.
배열회수보일러 세계 1위, 비에이치아이를 선택한 이유
저는 투자 후보군을 두산에너빌리티, 비에이치아이, 우진, 현대건설 이렇게 네 곳으로 추렸습니다. 대장주인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핵심 기기를 수직계열화한 유일한 기업이고, 글로벌 증기터빈 시장 점유율 5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증기터빈이란 고온·고압의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핵심 설비입니다.
그런데 제가 최종적으로 고른 건 비에이치아이였습니다. 핵심 이유는 HRSG였습니다. HRSG(Heat Recovery Steam Generator), 즉 배열회수보일러란 가스터빈에서 나오는 고온의 배기가스를 그냥 날려 보내지 않고 다시 증기를 만들어 추가 전력을 생산하는 장치입니다. 쉽게 말해 버려지는 열로 전기를 한 번 더 뽑아내는 기술입니다. 비에이치아이는 이 분야 세계 1위이고, 2025년 기준 전체 매출의 약 78%가 이 단일 장비에서 나왔습니다.
진입 장벽이 높은 기술을 가진 기업이 시장을 장악했을 때의 안정성, 그게 저를 끌어당겼습니다. 대장주가 가스터빈 수주를 따낼수록 HRSG 수요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여서, 큰 배를 따라가는 호위함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낙수효과 구조의 기업은 뉴스에 덜 나오지만, 실적은 꾸준히 쌓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3년 보고서에서 넷제로 시나리오 달성을 위해 2050년까지 원전 발전 용량을 현재의 세 배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출처: 국제에너지기구(IEA)). 이 수요를 받아낼 밸류체인 전체가 지금 움직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수익률 84%를 보면서 마냥 기뻐하기보다 다음 판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제가 지금 챙기고 있는 대응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두산에너빌리티 실적 발표 일정 확인: 올해 에너빌리티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대장주 실적이 올라가면 밸류체인 전체가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 ETF 활용 검토: 개별 종목의 변동성이 부담스럽다면 'SOL 원자력 SMR' 같은 원전 ETF로 산업 전체의 성장성에 올라타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미 70% 넘게 오른 ETF라도, 에너지 구조 전환이라는 큰 방향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 동남아 수주 뉴스 추적: 베트남 원전 2호기 수주전에서 한국이 낙찰을 받는지 여부, 태국 한수원 SMR 협력의 후속 진행 상황이 핵심입니다. SMR(소형모듈원전)이란 기존 대형 원전보다 설계가 표준화되고 건설 기간이 짧은 차세대 소형 원전입니다.
- 장기 리스크 인지: 원전 프로젝트는 착공부터 준공까지 10년 이상 걸립니다. 단기 실적에 수주 성과가 즉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독일 경제 장관이 2026년 4월 공식적으로 탈원전 철학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했고, 유럽 전역에서 에너지 자립 필요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습니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가 60기 이상 진행 중입니다(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 투자, 아직 늦지 않았다고 보는 이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가 비에이치아이를 처음 매수할 때만 해도 주변에서 "이미 많이 오른 거 아니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때도 고민이 많았는데, 직접 겪어보니 기술 진입 장벽과 실적 가시성이 확실한 기업은 주가가 높아 보여도 이유가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우진이라는 기업도 후보군에 있었는데, 원전 내부 정밀 계측기를 제조하는 회사입니다. 원전 계측기는 안전 규정상 정기적으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가동 중인 원전 수가 늘어날수록 교체 수요가 꾸준히 발생합니다. 이런 종류의 반복 매출 구조는 장기 투자 관점에서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주가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시장 조정이 올 때 분할 매수로 접근하는 편이 심리적으로도 훨씬 낫습니다. 제 경험상 한 번에 몰아서 사는 것보다 나눠서 사는 편이 흔들리지 않게 버티기 쉬웠습니다. 원전이라는 섹터 자체의 방향성은 분명하다고 생각하지만, 어디에 얼마를 넣을지는 각자의 상황에 맞게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모든 투자 결정은 본인의 판단과 책임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