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랑 개별주 중에 뭐가 나아요?
12년 투자자의 솔직한 답

이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유형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ETF랑 개별주 중에 뭐가 나아요?"입니다. 투자를 막 시작한 분들만 묻는 게 아닙니다. 몇 년째하고 있는 분들도 이 고민을 갖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이 질문에 정답은 없습니다. 두 가지 모두 맞습니다. 그리고 두 가지 모두 틀릴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어느 쪽이냐가 아니라 본인의 투자 상황과 성향에 어느 쪽이 맞느냐입니다. 그래서 일반론 대신 제가 직접 겪은 것을 씁니다.
개별주에서 배운 것 — 2차 전지가 가르쳐준 것들
한때 제 계좌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이 2차 전지 관련주였습니다. 분위기가 좋았고, 주변에서도 다들 이야기했고, 공부가 충분히 된 상태는 아니었지만 일단 들어갔습니다. 그때는 그게 맞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한동안 수익률이 제가 보유한 종목 중 최고였습니다. 그 기간 동안은 개별주가 ETF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천천히 빠지는 게 아니라 한 번에 쑥 빠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과정이 꽤 길었고, 상당한 기간 동안 마이너스였습니다.
그때 멘털 잡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팔아야 하는지, 더 사야 하는지, 기다려야 하는지. 매일 계좌를 열어보는 게 스트레스였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회복이 됐지만, 그 기간 동안 제가 경험한 심리적 소모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소모가 다른 매매 판단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2차 전지 때문에 멘털이 흔들린 상태에서 다른 종목 판단을 하면 당연히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이 경험에서 배운 것이 있습니다. 개별주는 공부가 덜 된 상태에서 분위기에 휩쓸려 들어가면 반드시 이 상황을 겪습니다. 오를 때는 내가 잘 골랐다고 착각하고, 내릴 때는 버틸 이유를 찾지 못합니다. 공부가 돼 있으면 하락할 때 "이 회사의 펀더멘털은 여전하다"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공부가 안 돼 있으면 하락이 그냥 고통입니다.
12년 복기 노트에서 손실이 가장 컸던 매매 유형을 분류해 봤습니다.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공부가 덜 된 상태에서 분위기와 주변 이야기를 보고 들어간 종목들이었습니다. 반대로 수익이 나고 버틸 수 있었던 종목들은 내가 왜 이 회사를 사는지 설명할 수 있는 종목들이었습니다. 개별주는 공부의 깊이가 결과를 결정합니다.
ETF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 — 책 한 권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ETF, 특히 국내 상장 미국 ETF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건 두 가지가 겹치면서였습니다.
하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국내 주식 시장이 구조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것, 지배구조 문제, 낮은 ROE, 외국인 수급에 따라 과도하게 흔들리는 구조 등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미국 시장과 비교했을 때 장기적으로 어느 쪽이 더 우상향 할 가능성이 높은가를 생각하면 답이 어느 정도 나왔습니다.
다른 하나는 책이었습니다. 나스닥 100이나 S&P500 지수에 장기 투자하는 전략을 설명한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내가 어떤 개별 종목을 골라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보다, 미국 경제 전체 또는 기술주 전체가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만 있으면 된다는 논리가 맞다고 느꼈습니다. 그 판단이라면 저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국내 상장 미국 ETF부터 시작했습니다. SOL 미국나스닥 100을 처음 담았을 때는 "이게 맞는 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개별주처럼 빠르게 오르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졌습니다. 매일 계좌를 들여다보는 횟수가 줄었습니다.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리고 수익률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ETF를 시작하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심리적 안정이었습니다. 개별주는 그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기면 즉각 반응해야 합니다. ETF는 섹터나 지수 전체의 방향만 보면 됩니다. 정보 처리 부담이 줄었고, 매매 판단의 빈도도 줄었습니다. 그 여유가 개별주 매매 판단의 질을 오히려 높여줬습니다.
ETF가 개별주보다 나은 이유 세 가지 — 제 경험 기준
이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제가 직접 느낀 것 세 가지입니다.
첫째, 어떤 종목을 사야 하는지 고민이 줄어듭니다. 전력기기 섹터가 성장할 것이라고 판단했을 때, 저는 HD현대일렉트릭을 살지, 효성중공업을 살지, LS ELECTRIC을 살지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TIGER 코리아전력기기 TOP3 플러스 하나로 세 회사를 한 번에 담습니다. 어느 회사가 더 잘될지 예측하는 부담이 사라집니다.
둘째, 등락의 폭이 개별주보다 작습니다. 개별주는 그 회사 하나에 악재가 생기면 -20%, -30%가 하루에 날 수 있습니다. ETF는 한 종목이 빠져도 다른 종목이 희석시킵니다. 심리적으로 버티기가 훨씬 쉽습니다. 멘털이 흔들리지 않으면 잘못된 판단을 할 가능성도 줄어듭니다.
셋째, 연금저축·IRP 계좌와의 궁합이 좋습니다. 저는 지금 ETF를 연금저축과 IRP 계좌에서 집중적으로 합니다. 절세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연금저축과 IRP는 연간 납입액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운용 수익에 대한 과세가 수령 시점으로 이연 됩니다. 개별주 단타를 연금 계좌에서 하는 건 맞지 않습니다. ETF 장기 적립이 이 계좌의 특성과 딱 맞습니다. 만족도가 높습니다.
지금 저는 이렇게 운영합니다 — ETF 중심, 개별주 병행
지금 제 포트폴리오는 ETF 중심으로 가고 있습니다. 비중으로는 ETF가 더 크고, 종목 수로는 개별주가 더 많습니다. 개별주를 완전히 버린 건 아닙니다. 다만 개별주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개별주에서 큰 수익을 노렸습니다. 지금은 개별주는 철저히 공부가 된 경우에만, 비중도 작게, 손절 기준 명확하게 잡고 들어갑니다. ETF는 장기 적립의 주축입니다. 특히 연금저축과 IRP 계좌에서는 ETF만 합니다.
수익률이 크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작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매년 안정적으로 수익을 쌓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심리적으로 편하다는 것이 ETF를 계속하는 이유입니다. 투자에서 심리적 안정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불안한 상태에서는 좋은 판단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ETF랑 개별주 중에 뭐가 나아요?"라는 질문에 제 답은 이렇습니다. 공부를 충분히 할 시간과 의지가 있다면 개별주, 그렇지 않다면 ETF. 그리고 연금저축·IRP 계좌가 있다면 ETF가 거의 무조건 맞습니다. 두 가지를 병행한다면 ETF를 주축으로, 개별주를 보조로 운영하는 것이 심리적으로도, 수익률 관리 측면에서도 더 안정적입니다. 적어도 제12년 경험에서는 그랬습니다.
12년 투자자의 결론 — 둘 다 틀리지 않습니다
ETF가 개별주보다 무조건 낫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개별주에서 충분히 공부하고 원칙을 지키면 ETF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공부와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고, 그 어려움을 과소평가한 결과가 2차 전지 경험이었습니다.
ETF는 종목 선택의 고민을 없애고, 등락의 충격을 줄이고, 연금 계좌의 절세 효과를 극대화하는 도구입니다. 개별주는 공부가 됐을 때 그 이상의 수익을 노릴 수 있는 도구입니다. 어느 쪽이 낫냐 보다 지금 내가 어느 쪽에 맞는 상황인지가 더 중요한 질문입니다.
저는 지금 ETF 중심으로 가고 있고,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게 제 솔직한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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